시발점 (For.일호)
Written by. 열한
시발점 (For.일호)
W.열한
"하, 하지마“
셔츠는 반쯤 벗겨져 가슴팍이 훤히 보이고 녀석의 두 손에 묶인 자줏빛 넥타이를 손으로 매만졌다. 사내자식이 눈물은 뭐가 그리 많은지 하지 말라며 울음을 터트리는데 그것은 애원에 가까워 눈물을 머금어 촉촉한 눈가를 기범의 혀가 닿았다 떨어졌다. 덜덜 떠는 어깨를 손으로 잡아 쥐니 몸이 경직된다.
“이 새끼 봐, 섰어.”
기범의 말에 녀석의 아래를 바라봤다. 하얗게 살이 올라 포동포동한 허벅지 사이로 발기한 것이 보여 푸핫.
웃음이 나왔다. 지도 꼴에 남자라고 서는 것 봐라. 손가락으로 녀석의 것을 툭툭 치자 그것마저도 느끼는지 몸을 앞으로 숙인다. 뒤로 묶인 손 탓에 최대한 몸으로 가려본다고 애를 써보지만 헛수고였다. 민호야, 그만해…. 곧 내 것이 가득 차게 될 붉은 입술이 웅얼거린다. 녀석의 것을 만지던 손을 올려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범은 어느새 녀석의 뒤로 가 살이 오른 허벅지만큼이나 먹음직스러운 엉덩이를 내려다본다. 먼저 벗겨두길 잘했다니까, 낄낄 웃으며 기범이 녀석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아얏. 굳었던 녀석의 몸이 다시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빨리 해. 곧 있음 원장 와.”
“알았어, 씨발. 야, 얘 내가 먼저 뚫어도 되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적어도 사십 분 정도 후면 녀석을 아끼는 원장이 들어올 시간이다. 이 상황을 원장에게 들키면 고아원에서 쫓겨나는 건 기본이고 다신 이 녀석을 보지 못할 것 같아 초조해졌다. 아직도 녀석의 하얀 엉덩이를 내려다보는 기범에게 말하자 먼저 뚫어도 되냐고 성화다. 어차피 처음에 들어가나 나중에 들어가나 박는 건 똑같으니까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씨익 웃는다.
“야, 근데 김종현 이 새끼 처음 아닌가봐.”
“원장이랑 잔 게 사실인가 보지.”
녀석과 원장이 잔다는 사실은 처음 들었던 건 아니었다. 나보다 훨씬 아이들이 저마다 형들, 밤에 원장님 방에서 이상한 소리 들려요, 그리고 종현이 형도 들어 가구 막 그래요. 나와 기범이에게 하던 말이 떠올랐다. 여전히 울고 있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짜야, 종현아? 물었더니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아니야아, 흐윽….”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는데 뭐 사실이던 아니던 상관은 없다. 녀석의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쳐보고 내 목을 조르던 넥타이를 풀었다. 녀석의 손목에 묶인 색과 같은 넥타이를 눈앞으로 흔들었다. 이거 보여, 종현아? 흔들리는 넥타이와 함께 녀석의 눈동자도 같이 흔들렸다.
“이걸로 눈 가릴 건데, 괜찮지?”
“미,민호야, 흑… 하지마, 제발….”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모습이 온 몸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손도 묶이고 눈도 가려지고, 김종현 존나 찌릿하겠다. 어? 기범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어떻게든 도망가고 싶어 하는 것이 보였지만 앞에는 내가 있고 뒤에는 김기범이 있고 도망갈 곳이라고는 어디에도 없었다. 더군다나 입고 있는 거라곤 셔츠 하나라서 도망간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고개를 흔드는 녀석의 얼굴을 우악스럽게 잡았다. 잡힌 얼굴이 아파 찡그리는 녀석에게 맞는 게 좋으면 움직여봐, 원하는 만큼 때려줄 테니까. 단호하게 말하니 흐윽… 울음이 터진다.
“해.”
눈물에 뒤덮인 눈가를 넥타이로 가렸다. 눈마저 가려지니 녀석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저도 예상하고 있을 터, 피할 수는 없다. 축축하게 젖은 넥타이를 손으로 쓸고 우는 목소리를 시작으로 녀석의 엉덩이가 들려졌다.
*
정당하지 못한 관계의 시발점은 모두 녀석이었다. 평소 녀석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칙칙하고 좁은 고아원 안에서 녀석의 또래라고는 나와 기범이 밖에 없는 곳에 단연 돋보였고 희한하게도 우리와 어울리지 못했던 녀석은 조용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녀석이 처음 고아원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입양이 되었다가 다시 이곳으로 올 때까지 녀석의 전부를 지켜봐왔다. 그렇게 지내왔으니 어린 아이들이 내게 원장과의 관계를 말해주기 전에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자의 던지 타의 던지 간에 수상한 둘의 관계에 오기가 생기고 기회를 기다렸을 뿐이다. 단지 그 기회가 빠르게 다가왔던 게 문제라면 문제. 처음 기범이에게 녀석의 얘기를 했을 때 탐탁지 않아 했다. 남자를, 그것도 같은 곳에서 자란 형제와도 다를 바 없는 녀석을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는 강간과 비슷한 얘기에 혀를 내둘렀지만 이내 승낙했다. 어차피 기범이와 나는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는 아슬아슬한 위치였으니까. 걱정이 되는 것이 있었다면 녀석의 모습이었다. 남자의 몸으로 당하고 나면 도망가 버릴 까봐 그게 걱정됐다. 하지만 하지 말라는 말 밖에 내뱉지 못하는 약한 모습에 걱정도 깡그리 사라졌다.
“흐읏….아악.”
낭창한 허리가 기범의 거친 몸짓에 흔들린다. 시트에 얼굴을 묻어 엉덩이만 솟아있는 녀석의 자세는 흡사 개와 같았다. 녀석과 조금 떨어진 곳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한쪽 다리를 꼬아 앉았다. 영화라도 감상하듯 턱을 만지며 음란한 두 인형을 바라봤다. 아앗아.아…. 타액으로 흠뻑 젖어 반질거리는 입술은 연신 신음을 토해내고 개처럼 엎드려 남자 아래에서 허리를 흔드는 꼴이란, 아주 우스웠다.
“아, 김종현 아흐.”
“흣. 아아앗….”
“똑바로 들어, 씨발년아.”
붉은 꽃잎처럼 벌어져 벌름거리는 구멍 안으로 기범의 것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아무리 상대가 남자인 강간이여도 위에서 녀석을 지배하고 있다는 우월감에 기범의 얼굴은 흥분에 젖었다. 처음에는 내빼더니 벗겨주고 던져주니까 덥석 물어 먹는 기범은 굶주림에 지친 괴물 같아 보였다. 괴물과 개의 교미라. 더러우면서도 흥미로운 이 관계에 웃음이 나왔다. 기범이의 몸짓이 거세질수록 함께 흔들리는 몸은 그다지 애처로워보이지도 안쓰럽지도 않았다.
“후응. 아. 아앗.”
정신없이 흔들리는 엉덩이는 기범의 것을 잔뜩 물어 놓지 않았다. 녀석이 내지르는 신음은 언젠가 안아본 적이 있던 여자의 신음과 비슷해 내 것은 발기가 된지 꽤나 지난 상태였다. 성난 내 아래는 어서 저 녀석의 음탕한 구멍을 점령하고 붉은 혀에 감싸지기를 요구하지만 나는 조금 더 기다릴 뿐이었다. 제 스스로의 상황을 인식하고 내 아래에 누워 빌빌거리며 허리를 흔드는 순간까지를.
“흐윽, 하아앗.”
녀석의 혀가 내밀어져 입술을 핥고 개처럼 학학 거렸다. 그만 하라며 거부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같은 종자에게 다리를 벌리고 흔드는 본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찰박찰박. 녀석의 구멍으로 들락날락 거리는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녀석의 신음도 점점 높아져갔다. 초침이 시계를 돌고 도는 모습을 보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더 쉬자 찰박거리던 소리는 어느새 멈춰있었다. 녀석의 구멍을 탐하던 기범은 밭은 숨을 내쉬며 벽에 기대었고 녀석은 여전히 개 같은 자세로 엎드려 내 성기를 먹어치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범은 옆에 놓여있던 휴지를 돌돌 말아 제 것에 묻은 액을 닦아내고 녀석의 엉덩이도 대충 닦아냈다.
“더 안 해도 되냐?”
흘러내린 바지를 고쳐 입고 벨트까지 멘 기범이는 최민호, 네 꺼나 달래. 낄낄 웃었다. 몸을 일으켜 기범의 어깨를 툭툭 쳐내고 녀석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오면 알려줄게.”
“어.”
“네 꺼 죽겠다, 숨통이나 트게 해줘라.”
방 문고리를 잡고 있던 기범이는 웃으며 방안을 나섰다. 방금 전까지 세 명의 숨소리로 가득 찼던 이곳은 둘의 숨소리로 메워졌다. 녀석이 엎드려있는 옆에 앉자 느껴지는 인기척에 부들부들 어깨가 떨린다. 떨리던 어깨는 결국 녀석의 입에서 울음을 토하게 만들었다. 시트에 볼을 맞대어 우는 녀석의 고개를 들어 내 쪽으로 맞추자 녀석의 큰 눈을 가린 넥타이 사이로 눈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녀석의 턱을 부여잡고 나머지 손으로는 벨트를 풀었다.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리고 속옷에 꽉 막혀 답답해하던 내 것의 숨을 트여주었다. 빳빳하게 발기한 것에 녀석의 얼굴을 가져다 댔다. 볼에 닿는 느낌이 생소한지 히끅, 소릴 냈다.
“핥아.”
“흑….민호야….”
“핥으라고. 몰라?”
볼을 비비적거리던 것을 입술 쪽으로 대자 녀석의 뜨거운 숨이 닿았다. 핥으라고 읊조리듯 말하자 축축한 입 속으로 귀두 끝이 들어찼다. 무릎을 꿇고 핥느라 녀석의 어깨가 자꾸만 아래로 고꾸라졌다. 녀석의 어깨를 잡아 지탱해주며 뒤로 묶인 손을 바라봤다. 이미 발갛게 변해 아플 손목을 풀어줄까 했지만 녀석과 너무나 어울리는 자세 때문에 풀어줄 마음이 사라졌다. 조금 전까지 학학 거리며 뱉던 혀가 내 것을 적셨다. 타액으로 젖은 성기는 녀석의 입 안으로 들어찰 때마다 춥춥, 소리가 났다. 입에 머금었다가 혀로 할짝이고 보이지도 않은 눈으로 너무나 익숙하게 핥는 녀석에 허, 헛웃음이 난다.
“많이 해봤나 보네?”
“후읍, 흐으.”
“아니긴, 너 지금 개새끼 같아.”
고개를 젓는 뒤통수를 내려 봤다. 발정 나서 주인한테 달려드는 개새끼. 알아? 네가 지금 그 꼴이야. 말없이 핥아대는 어깨를 손으로 쳐내자 입에서 축축한 성기가 빠져나왔다. 녀석의 입 주변으로 꾸물꾸물 흘러나오던 하얀 정액과 타액이 번들거려 흘러내렸다. 빳빳한 성기에서 하얀 액이 녀석의 얼굴에 뿜어졌다. 강간을 당하면서도 반항하다 금방 포기해버리고 익숙하게 움직이는 본새가, 비릿한 액으로 뒤덮인 얼굴이 정말 개 같았다.
“이리와.”
녀석의 얼굴을 휴지로 대충 닦아준 뒤 팔을 끌어당겨 내 허벅지 위로 앉혔다. 여전히 벌름거리고 있을 구멍 안으로 성기를 들이 밀자 거부하기는커녕 쪽쪽 빨아들인다. 야금야금 끝까지 먹어치운 덕분에 내 것은 녀석의 안으로 말끔히 사라졌다. 움직여. 오르락내리락, 더운 숨을 뱉던 녀석이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 허리를 움직였다. 기범의 것이 들어찼을 때처럼 끈적이는 신음을 토해내는 녀석의 몸이 허공에 들썩거렸다. 지탱할 수 있는 손이 묶인 상태라 뒤로 넘어질까 싶어 녀석의 뒷목을 잡아당겨 어깨에 기댔다. 머리는 내게 잡힌 채로 녀석의 낭창한 허리만이 춤을 추고 있었다.
“하앗…아아아읏.”
“손 풀어 줄까?”
“흐, 으응…풀어, 흣. 줘….”
“멈춰.”
쉽게 풀어주지 않으려 했지만 녀석 스스로가 지탱해야 흥분에 젖은 얼굴을 볼 수 있어 허락했다. 녀석의 허리에 올렸던 손을 뒤로 옮겨 매듭을 풀어내는데 허리를 들썩이는 녀석 때문에 어려웠다. 멈추라고. 녀석의 허리를 찰싹 때린 뒤에야 몸짓을 멈춘 녀석이 부르르 떨었다. 매듭을 풀어내고 손목을 묶고 있던 넥타이를 바닥으로 던졌다. 손이 자유로워진 녀석이 오래 묶여 아팠는지 어깨를 주물 대다가 눈가로 손을 올리기에 그 손을 쳐냈다.
“누구 맘대로 손 올리래.”
“…민호야.”
“눈 가리고 해야 더 느끼잖아, 너.”
“……”
“어깨 똑바로 잡고 고개 숙이지 마.”
읊조리며 말하자 축 쳐졌던 녀석의 팔이 내 어깨로 얹어졌다. 손으로 허리를 잡고 몇 번 위 아래로 흔들어주니 이제는 알아서 몸을 흔든다. 으읏.앗.앗. 녀석은 연신 뜨거운 신음을 토했다. 아래로 숙여지는 얼굴을 스스로 억제하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가 뒤로 고개를 젖혔다가 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아으응, 핫. 미,민호야….”
“……”
“으으, 앗. 아앙…”
“아, 씨발.”
입을 잔뜩 벌리고 어쩔 줄 몰라 움직이는 붉은 혀가 보였다. 녀석의 얼굴을 잡아당겨 그 도톰한 혀를 빠는데 참을 수 없어서 녀석의 몸을 잡아 시트 위로 눕혔다. 등에 닿는 폭신한 느낌에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앙앙 거렸다. 기범이와의 섹스와 내 사정으로 인해 하얀 액이 들어찬 구멍은 그것을 뱉어내지도 삼켜내지도 못해 찔꺽찔꺽 소리를 만들었다. 아응, 하아읏. 혀를 내밀어 학학거리며 조그마한 손을 시트로 내려친다. 살이 부딪치는 질척이는 소리와 흥분에 절은 신음이 허공에 흩어졌다 모아지기를 반복했다. 내 허리를 감고 있는 녀석의 다리를 잡아 벌리며 움직이자 녀석의 다리가 팔랑팔랑 춤을 춘다.
“으으읏, 하앗, 앗.”
적나라하게 벌려진 다리 사이로 발갛게 오른 구멍이 내 것을 삼켜냈다. 녀석의 구멍에 차고 넘치는 액은 내 성기를 타고 시트 위로 뚝뚝 떨어졌다. 녀석과 나의 이음새를 보자 온 몸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질척이며 움직이는 허리가 이내 굳어지고 녀석의 쪽쪽 빨아드릴 양분을 토해냈다. 헉헉 거리며 오르락내리락 하는 녀석의 가슴에 손을 올리고 여전히 나를 삼키는 곳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몸을 천천히 뒤로 빼자 성기에 달라붙은 끈적이는 액체가 쭈욱 늘어졌다. 귀두 끝까지 빼내어 음탕하기만 한 구멍에 살살 문지르자 녀석은 또 다시 개처럼 학학거리며 내 것을 잡아먹으려 들었다.
“흐윽, 민호야아, 아앗.”
넣어주지는 않고 문지르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녀석은 울먹거렸다. 이것 봐. 녀석은 거부해도 강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녀석은 아마 살아가기 위해 다리를 벌리고 쾌감에 젖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이 일방적인 행위의 모든 시발점이 녀석이라 해도 끝은 일방적이지 않는 관계가 내 기분을 짓눌렀다. 녀석의 갸르릉 거리는 신음을 듣는 도중 방문이 열렸다. 기범이 녀석이 이제 올 것 같다며 말하고 내 아래에 누워 몸을 떠는 녀석을 보며 비죽였다. 어어, 대충 말하며 나가라는 손짓을 하자 기범의 모습은 닫히는 문 사이로 사라졌다. 기범이 보이지 않자마자 벌름거리며 어서 내 것을 넣고 가득 차길 바라는 녀석의 본성과 같은 음탕한 구멍 안으로 거세게 밀어 넣었다. 아아아! 아! 안으로 밀어 붙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새된 신음을 지르는 녀석의 다리를 잡아당겨 원하는 만큼 거칠게 대했다. 그리고 나는 두 번째 쾌락을 맛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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