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늦게까지 계속된 촬영에 숙소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천근만근이었다. 워낙에 몸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데다 같이 프로그램을 하는 형들이 이것저것 잘 챙겨주는 덕에 촬영 자체는 늘 즐거웠지만 사실 드림팀 촬영을 한 번 하고 오는 날이면 지쳐 쓰러져 자기에 바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당장 여름이 올 것처럼 따뜻했던 날씨가 요 며칠 갑자기 쌀쌀해져 숙소 안으로 들어서는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멤버들은 다 자는 건가. 혹시라도 큰 소리가 날까 싶어 현관에서 조용히 신발을 벗은 뒤 거실로 올라온 민호는 소파에서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빛에 눈을 가늘게 떴다.
“종현이 형?”
하얀 창이 띄워진 노트북 앞에서 까딱까딱 움직이는 동글동글한 머리통. 엎드린 채 살랑살랑 흔들리는 가느다란 두 다리. 민호는 그 인영이 종현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민호의 부름에 훽 뒤를 돌아보는 종현의 얼굴에 반가움이 묻어나 있었다.
“이제 와?”
새벽 5시가 넘은 시간인데 얼굴에 졸음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뭘 하고 있었던 건가 싶어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았다. 아마 팬들이 보낸 문자에 답장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진기형이랑 다른 애들은?”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다 자.”
민호가 종현의 눈높이에 맞춰 바닥에 앉았고, 종현이 그런 민호를 향해 두 팔을 펼쳐보였다. 몸을 앞으로 숙인 민호의 목을 두 팔로 감싸 안은 종현이 민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하, 좋다, 민호 냄새. 민호의 몸에서 묻어나는 시원한 밤공기에, 종현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밖에 많이 춥지?” “형은 지금 이 시간까지 안자고 뭐했어.” “그냥…잠이 안 와서.”
차마 네가 없어서 잠을 잘 수 없었다는 말을 민호에게 할 수는 없었다. 평소에는 애정 표현에 늘 당당하고 솔직한 종현이었지만 이상하게 이런 식의 은근한 애정 표현은 어쩐지 창피하기도 하고 민망해서 늘 피하게 되었다. 웅얼웅얼.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채 말을 하는 종현의 숨결이 민호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심장 부근이 간지러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왜 잠이 안 와. 혹시, 나 기다린 거야?” “헐. 그런 거 아니거든여?”
민호의 말에 자신의 허리를 감고 있던 민호의 손을 붙잡고 떼어낸다. 그렇다고 안고 있던 팔을 뿌리칠 거 까지는 없지 않나. 아쉬운 마음에 민호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종현이 다시 소파 위에 몸을 엎드렸다. 그리고 민호는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종현의 위로 올라가 몸을 겹쳤다.
“으으, 무거워. 얼른 내려가.” “너무해. 애인은 밖에서 덜덜 떨면서 일 하고 왔는데, 형은 애인보다 노트북이 더 좋은 거야?”
자신의 몸을 누르는 민호의 무게에 낑낑 거리며 몸을 비틀던 종현이 민호의 말에 그런 말이 어디 있냐며 금세 울 것 같은 얼굴을 한다. 평소에는 그렇게나 밝은 얼굴로 여기서도 히, 저기서도 히, 웃으며 돌아다니면서 이렇게 속이 뻔히 보이는 농담에 예민하게 반응하다니. 사귄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며 노트북 키보드 위에 올려져 있던 종현의 작은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손이 차갑다며 중얼중얼.
"오늘 드림팀에 여자 게스트들 많이 나왔다며." "그걸 어떻게 알았어?" "아까 인터넷 하다가. …막 너한테 연락처 물어보거나 그런 사람 없었어?“ “아니. 없었는데?” “아, 그래….” “혹시 지금 형 질투하는 거?” "아니거든! 이 형이 얼마나 쿨 한지 너도 알면서 그래." "근데 그런 건 왜 물어." "그냥 궁금해서."
그러면서 말끝을 흐린다. 아무리 봐도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얼굴이 아닌데. 하지만 여기서 더 추궁했다간 안그래도 자존심 강한 종현이 소리를 빽 지르고 방으로 들어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소리 없이 웃으며 종현의 동글동글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손 치워.” “화 났어?” “화? 내가 화를 왜 내? 너 이럴 때 마다 나 어린애 취급 하는 거 같아서 별로란 말이야.”
어린애 취급이 아니라 귀여워서 그런 건데. 하지만 이번에도 속으로만 말을 삼킨 민호가 은밀하게 종현의 셔츠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갑자기 느껴지는 차가운 손길에 흠칫 놀란 종현의 몸이 눈에 띄게 떨렸다. 쇄골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에 종현의 입에서 흐읏, 하는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종현은 재빨리 아래로 향하려는 민호의 손을 잡았다.
“왜?” “설마 너 지금 하려고? 여기서?” “그러면 안되?” “미쳤어? 그러다 누구 나오면 어쩌려구.” “자는 척 하지 뭐.”
멤버들도 모두 잠이 들었겠다, 늦은 새벽 오랜만에 종현과 단 둘이 있는 시간을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기범이가 저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아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스킨십들도 눈치가 보이는데. 혹시라도 잠을 자던 멤버가 화장실을 간다거나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민호와 제 모습을 보게 된다면?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내저은 종현이 다시 한 번 제 몸을 훑고 지나가는 민호의 손을 잡았다.
“그럼 그냥 자라고? 그럴까? “민호야.” “알았어. 안 하면 되잖아. 형 먼저 들어가서 자.” “삐졌어?” “뭐 이만한 일로 삐지냐. 안 삐졌어.” “정말?” “어.”
거짓말. 얼굴에 삐졌다고 이만큼이나 크게 써있는데. 삐죽 나온 민호의 입술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 종현이 어느새 소파 아래로 내려간 민호의 머리를 헝클었다. 하여간 평소 어른인 척, 멋있는 척은 혼자 다 하면서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애다.
종현의 손길에 금세 기분이 풀린 건지 휘어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민호를 보며 생각했다. 아, 정말이지 난 민호의 저런 표정에 너무 약하다니까. 첫날밤도 저 눈웃음에 홀랑 넘어가 치렀지 아마. 정말 말 그대로 아파서 죽을 뻔 했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라 새삼 민호가 괘씸해져 말랑말랑한 볼을 잡고 주욱 잡아 당겼다. 그런데도 우습기는커녕 귀엽기 만한 얼굴에 기어이 두 손을 들고 만 종현이 민호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그럼 옷 방으로 가."
좁은 옷 방 안으로 민호와 종현이 나란히 들어서고, 종현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민호가 문을 걸어 잠갔다. 철컥.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그 소리가 지금은 몹시도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곧 정사를 치르게 될 두 사람에게 설렘으로 다가왔다.
“불, 켜지마.”
구석진 곳에 있을 스위치를 찾기 위해 손을 더듬거리는데 종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민호의 손을 잡은 종현이 고개를 옆으로 도리도리 흔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지난 1년간 함께 잠을 잔 횟수만 해도 몇 번인데, 아직도 부끄러워하는 종현이 귀엽기도 하고 또 그만큼 사랑스러워서 민호가 그대로 종현을 품에 가두고 입을 맞추었다. 자동적으로 종현의 두 팔이 민호의 등을 감싸고, 종현의 벌려진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은 민호가 입천장을 핥자 종현이 흐읏, 하고 우는 소리를 내었다.
키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종현을 눕힌 민호가 입고 있던 쟈켓을 벗어 바닥에 깔아주었다. 혹시라도 등이 아플 종현을 위한 나름의 배려였다. 그래도 침대에서 하는 것 보다 힘들긴 하겠지만.
“나 벌써 섰어.” “그런 말 하지마!”
종현은 유독 잠자리에서 건네는 야한 농담들을 싫어했다. 싫어 한 다기 보다 익숙하지 않은 탓에 부끄러워 한다는 것이 더 정확하긴 했지만.
얼마 전에 미용실에 다녀와서 전보다 약간 짧아진 머리카락이 고개를 젖힌 탓에 살랑거리며 흩어졌다.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 누운 종현의 위로 몸을 포갠 민호가 이마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종현의 목에서 갸르릉, 기분 좋은 소리가 났다. 생긴 건 강아지인데 이럴 때 보면 꼭 고양이 같다. 콧잔등에, 턱에 짧게 입을 맞춘 뒤 다시 입술을 찾아 올라갔다. 입을 맞추기 전에 종현이 혀를 내어 민호의 입술을 핥았다. 지난번 유근이가 종현에게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물론 방금 종현이 민호에게 한 것 보다는 훨씬 가벼웠지만-조금 싫은 티를 내었더니 지금까지 그것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기가 해놓고도 영 쑥스러운지 어린 아이처럼 헤헤, 웃는 종현의 머리를 감싸 쥔 민호가 짧게 입을 쪽- 맞추고 종현이 입고 있는 셔츠를 위로 돌돌 말아 올렸다. 벗기기 쉽도록 두 팔을 위로 향한 채 몸을 살짝 들어 올린 종현이 갑자기 들어차는 한기에 몸을 떨었다. 아무리 봄이라고는 하지만 일교차가 심한데다 난방이 되지 않는 옷방의 맨바닥에 누워 있으려니 추운 모양이었다.
“추워?” “약간.” “조금만 기다려. 내가 뜨겁게 만들어 줄게.” “악! 내가 너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지.” “뭐 어때.”
피식 웃은 민호가 방금 전 벗긴 셔츠도 종현의 등 아래에 구겨 넣었다. 살짝 얼굴을 가린 앞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어주니 그 아래로 드러난 눈이 오로지 저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게 소름끼치도록 좋아서 민호는 다시 한 번 종현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형 나 오기 전에 뭐 먹었어?” “응?” “입술에서 딸기 맛 나.” “아, 딸기 우유 마셔서 그런가봐.”
바디로션도 딸기 향이 나는 걸 쓰더니. 온 몸에서 딸기 향이 폴폴 나는 종현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이대로 한 입에 꿀꺽 넣어 삼켜버리고 싶을 것을 간신히 참은 민호가 종현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숙소에 있느라 편하게 고무로 된 바지를 입고 있었던 탓에 너무 쉽게 종현의 두 다리가 드러났다.
뽀얗게 드러난 다리가 전보다 더 말라있었다. 마지막으로 잔 게 언제였더라. 불과 며칠 전인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또 마른 종현의 다리를 보고 있자니 한숨이 폭 나왔다. 도대체 여기서 마를데가 어디 있다고. 속상한 마음에 잠시 손짓을 멈추고 종현을 내려다보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종현이 말똥말똥 민호를 바라본다.
“왜 그래.” “형 살 빠진 거 보니까 속상해서.”
아무리 밥을 많이 먹으라고 어르고 달래도 안 된다. 말 안 듣는 똥강아지. 그렇다고 때릴 수도 없고.
“그게 그렇게 속상해?” “그럼 속상하지 안 속상하냐? 형은 나 마르면 안 속상할 것 같아?” “아니. 무지무지 속상하지.” “그러니까 제발 밥 좀 잘 먹어라. 어?” “응. 알았어. 그럴게.”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꼬박꼬박 대답은 잘 한다. 제발 대답한 대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또 내일이면 깨작깨작 밥을 남겨서 저에게 한 소리 듣고말 종현이라는 것을 민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갑자기 몸을 일으키고 앉은 종현이 두 손으로 민호의 어깨를 잡고 민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이 사이로 여린 살을 물었다. 아프지 않도록 잘근잘근 씹는데 민호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향기에 기분이 몽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른한 기분에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천천히 종현의 등을 훑던 민호가 종현을 떼어내곤 스스로 바지를 벗었다. 그러려고 했다. 종현이 갑자기 민호의 손을 탁 쳐내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왜 그래 갑자기?”
직접 민호의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는 종현을 내려다보며 민호가 물었다.
“가만히 있어봐. 좋은 거 해줄게.”
장난기 가득 한 얼굴로 말한 종현이 그대로 몸을 낮춰 엎드렸다. 그제야 종현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눈치 챈 민호가 다급한 손길로 종현의 어깨를 잡았다.
“형!” “괜찮아. 다리 좀 펴봐.”
자신의 어깨를 잡는 민호의 손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내뱉는 종현의 말에, 민호는 마치 주문에 걸린 사람처럼 다리를 약간 벌리고 앉았다. 벗겨낸 바지와 브리프를 저만치 던져둔 종현이 고개를 숙여 민호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민호의 아래에 종현의 뜨거운 숨이 쏟아졌다. 그것만으로도 민호에게는 커다란 자극이 되었다. 곧 종현의 입 안으로 민호의 것이 삼켜졌다.
“…하아….”
민호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종현은 이렇게 한 번씩 민호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나올 때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경이 곤두서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주는 자극에 반응을 한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서, 혀를 굴리던 것을 잠시 멈춘 종현이 눈동자를 위로 올려 민호를 바라보았다.
“민호야, 좋아?” “…응.”
느릿한 민호의 대답에 씨익 웃은 종현이 다시 입에 민호의 것을 머금으려 하는데, 민호가 급하게 종현의 어깨를 잡았다.
“왜?” “나 거의 갈 것 같은데.” “입에 하면 되잖아.”
종현의 말에 민호는 할 말이 없어졌다. 평소에는 펠라를 하는 것 자체도 좋아하지 않던 종현이 아니었던가. 지금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아-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니고.
“형 싫어하잖아.” “오늘 한 번 해보지 뭐.”
누가 종현이 먹은 딸기 우유에 약을 탄 것은 아닐까. 조금 어이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앙, 하는 소리를 낸 종현이 다시 민호의 것을 입에 물었다. 설마 나 오기 전에 야동이라도 본 건가. 요란하게 혀를 굴리는 종현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이상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몰려오는 사정감에 어떻게 해서든 입 안에서 하는 것만은 피해보려 종현의 머리를 붙잡았다. 하지만 민호가 애쓴 보람도 없이 반짝 고개를 든 종현의 입가에는 허연 정액이 묻어 있었다. 얼씨구. 뭐가 좋다고 히히 웃기까지. 민호가 기가 막힌다는 듯 허, 하는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는 이번엔 민호의 가슴에 올린 손에 힘을 주어 민호를 뒤로 눕힌다. 두 다리를 벌린 채 자신의 배 위로 올라오는 종현의 모습에, 민호가 눈을 크게 떴다.
“형이 하려고?” “응.” “할 수 있겠어? 힘들텐데.” “너 오늘 늦게까지 촬영 하고 와서 힘들잖아. 걱정마. 오늘은 내가 해볼게.” “오늘 왜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서 해?” “그럼 평소에는 안 예뻤단 말이야?” “아니. 그럴 리가. 형이야 항상 예쁘지. 예뻐 죽겠어.”
민호의 말에 헤헤, 웃음을 흘린 종현이 민호의 손을 잡아들어 올리더니 손가락을 입에 넣고 혀를 굴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에도 성감대가 있는 걸까. 종현의 말랑말랑한 혀가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짜릿짜릿한 느낌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츕츕, 야한 소리까지 옵션으로 내며 한참을 민호의 손가락을 핥던 종현이 자신의 침으로 범벅이 된 민호의 손을 만족스러운 듯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민호의 배 위에 닿아있던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흐읏….”
종현의 몸이 떨림과 동시에 민호의 손가락이 좁은 곳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생각했던 대로 뜨거웠다. 손가락을 넣은 것만으로도 몸이 한껏 달아오르는 느낌에 종현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형, 괜찮아?” “하아, 응… 괜찮아.”
괜찮다 말하며 입을 맞춰오는 종현의 얼굴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살짝 물었다가, 마주 닿은 입술을 부볐다가, 키스를 계속하며 아래로는 손가락 개수를 늘려 종현의 안을 풀어주었다. 끄응, 끄응, 앓는 소리를 내던 종현이 이만하면 됐다 싶었는지 민호의 팔을 잡고는 천천히 앉기 시작했다.
“허억!” “흐읏….”
민호의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뿌리 까지 들어온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두 팔을 민호의 가슴 위에 올려 지탱하고 있던 종현이 힘에 겨운 듯 잠시 숨을 멈췄다.
“정말 괜찮아?”
안 그래도 얼마 전 몸살을 앓았던 종현이었다. 괜한 무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민호를 향해 웃어 보인 종현이 민호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아앙, 앗….”
스스로 느끼는 지점을 찾아 허리를 움직이는 종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걱정되는 마음만큼이나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민호도 박자에 맞추어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고, 두 눈을 꼬옥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힌 종현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야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민호야, 흐읏…” “아, 형…종현아….”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을까. 저보다 나이는 한 살 많은 주제에 키도 작고, 몸집도 작고, 손도 작고, 모든 것이 저보다 작은, 그러면서도 늘 자신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어주는 이 연인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조금씩 속도를 올리는 종현의 몸짓에 민호의 입에서도 열에 들뜬 신음이 흘러나왔다. 두 손으로 종현의 몸 중 유일하게 살이 오른 엉덩이를 붙잡은 민호가 세게 허리를 위로 쳐올리기 시작했다.
“아, 민호야… 아앙, 흐….”
종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자신의 이름이 듣기 좋았다. 종현의 고개가 더 이상 꺽일 수 없을 만큼 뒤로 젖혀지고, 그와 동시에 민호도 절정을 맞았다.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린 탓인지 종현이 그대로 민호에게로 쓰러졌다.
민호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누운 종현에게서 달콤한 딸기 향이 났다. 형, 씻어야지. 얼른 안 빼내면 형 배 아프잖아. 아직 종현의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민호가 말했지만 종현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우리 잠깐만 이러고 있자. 손을 뻗어 땀으로 번들거리는 종현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목마른 강아지처럼 혀로 입술을 핥아오는 종현에게 입을 맞추어 주었다.
맞닿은 심장이 동시에 쿵, 쿵 울렸다.
“민호야.” “응?” “있잖아….” “응. 말 해.”
쪼옥-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입술이 아쉽다는 듯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종현이 다시 민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었다. 색색 거리는 종현의 숨소리가 듣기 좋았다. 오후에 있는 스케줄만 아니라면 하루 종일 이렇게 가슴을 맞대고 누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여자애들 나와도 말 섞지마.”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어?” “말 할 거야? 응?” “아니. 안 할게.” “번호 가르쳐 달라고 해도 가르쳐 주지마.” “응.” “민호야.” “뭐, 또 하지 말아야 될 거 있어?”
민호가 고개를 살짝 들어 올려 눈을 맞추자 후다닥 고개를 숙인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실까.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왔다. 그러다 자신의 가슴에 대고 웅얼거리듯 내뱉은 종현의 말에, 민호는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심장이 쾅, 하고 멎어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해.”
- 떡은 부끄러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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